@. 어느 학생의 정시, 구술시험 手記 - 기초소양
@. 어느 학생의 정시, 구술시험 手記 - 기초소양
1. 기초소양 대기실에서 문제 세 개 중 하나를 선택하고(문제보여줌) 7분 동안 생각할 여유를 가짐. 뽑은 문제는 '한국은 단일 인종과 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이다. 다른 나라는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이루어진 나라들이 많다. 이것의 차이점과, 이것이 사회 현상이나 국가의 발전에 미칠 영향을 말하라.'
(들어가니 교수님은 두 분으로, 노교수님들)
나 : 안녕하십니까.
교수 : 뽑은 문제읽고 말해 보게.
나 : (문제 읽고) 저는 한국이 단일 인종과 민족으로 이루어진 것에는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 모두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긍정적인 면으로는 그러한 단일성을 통해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단결하여 국난을 극복해왔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IMF 사태 때 금 모으기 운동은 온 국민이 경제적 파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두 힘을 합쳐 노력한 결과 성공했고, 북한 역시 단군이라는 한 뿌리에서 시작된 한 민족으로서 그들을 도우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평화의 댐을 건설한다고 했을 때는 온 국민이 성금을 모금했으며, 요즘은 햇볕 정책을 통해 북한 지원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은 단일성이 지나쳐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극단적인 자문화 중심주의나 문화 사대주의로 흐를 위험이 있습니다. (교수들 관심보임) 예부터 우리 민족은 우리 민족보다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다른 문화는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고-이를테면 여진족의 문화 같은 것-조금이라도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것에는 완전히 종속되어버렸습니다. 중국 문화를 숭상한 것이 그 예입니다.
교수 : 그렇다면 요즘같은 세계화 시대에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을 말해 보게.
나 : (예상했던 것^^) 무엇보다 다양성을 존중하되, 각 국가를 세계화의 주체라 가정한다면, 각 국가는 자신의 주체성을 지키면서 세계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세계화라는 것은 모든 국가가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수용하고, 즉 평등한 입장에서,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면서도 자기 색깔과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한글을 아프리카의 말은 있으나 문자가 없는 어떤 부족-이름은 생각나지 않으나-에게 그 부족 언어로 번역하여 사용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것은 한글의 우수성을 알려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떨칠 수 있는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교수들 관심) 그리고 현재 우리 나라는 IT 산업 분야에서 우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 분야의 정신적 측면을 주도하는 것이 세계화에 기여하리라 봅니다. 그 분야에서 물질적인 측면만 중시되고 있는데, 정신적 측면 역시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수 : 그렇다면 얼마 전 테러는, 민족간의 갈등(민족주의적인 것)이라 생각하나?
나 : 우선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에 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교수, 매우 만족한 듯 끄덕) 헌팅턴은 미래에 서구 기독교 문화권과 중동 이슬람 문화권이 충돌할 것이라 예언하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이번 테러에 적용하는 사례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헌팅턴은 서구를 우위로 둔 것을 전제로 하였고, 또 문화의 측면만을 다루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헌팅턴 자신 역시 자신의 저술이 이번 테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갑자기 말이 끊겼다. 하려던 이야기의 주제가 생각안남..)
교수 : ...그러니까 이번 것은 민족간 문제가 아니라, 정치, 경제등 여러 가지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얽힌 것이라 이거지?
나 : 예. ^^(역시 나의 마음을 꿰뚫는..)
교수 : 그래....그렇다면 자네가 감명 깊게 읽은 책 중에서 '악법은 법이 아니다.'에 대해 말해 보게. (웃으면서) 악법은 법이 아닌가?
나 : (예상은 했었지만 좀 당황..) ..예. 악법은 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악법이란 법의 궁극적 이념인 정의에 위배되는 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명제자체에 모순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시민 불복종 운동 등에 대해 말하고 싶었으나, 말이 끊김)
교수 : 자네가 생각하는 정의란 무엇인가?
나 : 정의는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가치이나, 실제로 사회와 시대에 때라 상대적으로 다른 개념입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정의는 아마 모든 한국 시민들 가슴 속에 추상적으로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교수 끄덕) 제가 생각하는 정의는 인권의 존중, 그리고 울피아누스가 말한 것처럼 '각자의 몫을 각자의 행위에 맞게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정의로운 측면도 있고, 부정의로운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 10분 경과 벨이 삑 소리남) 더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교수 : 아니네. 나가게.(웃으면서..)
나 : 네. 감사합니다.
2. 바로 옆의 대기실에서 전공 적성 문제.
문제 네 개를 보여 주지 않은 상태에서, 두 개 뽑으라 함. 나는 두 개 다 대강 읽고, 조금 쉬워 보인 것을 뽑고 7분간 생각. (그러나, 대강 볼 때와 달리 의외로 매우 어려운 문제였음..... ㅠ.ㅠ)문제는 '한국 사회에 거주하는 화교에게 국회의원, 지방 의원 등의 선거권, 피선거권을 주는 것에 동의하는지와, 외국에 거주하는 제일 교포에게 대통령 선거권, 피선거권을 주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말하라'
나 : 안녕하십니까.
교수1 : 문제읽지 말고 바로 의견을 말하게. (확실히 전과 달리 분위기 딱딱....ㅠㅠ;;)
나 : 예. 우선 앞의 질문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화교에게 지방 의원 선거권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화교는 한 지방에 정착해서 누구보다 더 그 지방의 실정을 잘 알고, 지방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금도 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권을 주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변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이 아닌 이상 그러한 권리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뒤의 문제에서, 재일 교포도 우리 국민인만큼 그에게 선거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나 그가 타국으로 다른 이민을 간다고 생각했을 때 등, 항상 그는 자신의 조국에 종속되어 있고 조국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교수1 : 자네는 외국에 거주하는 국민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나: 네.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에 살면서 대통령으로서 현대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예를 들면 인터넷 등-충분히 국가의 실정을 파악하여 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끔씩 한국에 와서, 정말 대통령으로서 직책을 다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각 지역 곳곳을 방문해서 그곳의 실정을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거주하면서도 수도권 지역에만 머무르며 지역 곳곳의 실정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대통령들이 대다수입니다. 이런 대통령보다는 외국에 거주하더라도 정말 능력 있고 국가에 관심 있는 국민이 대통령으로 뽑혀 리더십으로 국가를 이끈다면, 세계 속에서도 한국의 위상을 더욱더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1 : 자네는 능력 면을 중시하는데, 그렇다면 클린턴에게 한국 대통령 직책을 수행하게 하는 것은 어떤가?
나 : (순간 당황....ㅜㅜ;;)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클린턴은 한국 국적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아무리 그가 한국 대통령이 되어 한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려 애쓰고, 한국을 위해 이익을 취하려 한다 해도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극단적인 예로, 한국과 미국 사이에 전쟁이 발생했다고 생각했을 때, 아무리 그가 한국 대통령이지만 수구초심과 같이, (이 말 쓰면서 스스로도 어처구니없어서 웃었다...--;;)미국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그가 태어난 조국이며, 그의 국적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미국에서 음성적으로 도움을 청했을 때, 과연 그것을 마다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교수1 : 자네는 애국심을 강조하는데, 그렇다면 외국인이면서 다른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하면서 한국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예를 들어 한국의 데레사 수녀와 같은 이가 있다면,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 :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밝히고 싶은 것은, 대통령은 공인이고 그런 봉사자들이나, 아니면 다른 일반 직장인들은 사인입니다..(교수에게 말 잘림)
교수1 : 물론 그렇지만,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아까부터 국적을 중시하는데 국적이 그렇게 중요한가?
나 : (당황...)저는 단지 국적을 하나의 기준이 아니라 기본적인 조건으로 본 것인데요...다양한 것들 중에서도요...(그러자 교수1은 질문을 그치다)
교수2 : 첫 번째 질문에서, 화교들도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국가에 의견을 반영하고 싶지 않을까?
나 : (갑자기 패닉 상태...--;;)물론 심적으로는 그럴 것입니다만.........아까 제가 말씀드린 논리와 같다고 생각합니다......(고민 중....이 때 마침 마침 종이 울리다. 구세주...)
교수2 : 자네, 이 문제어느 문제집에서 봤는가? 아니면 정말로 자네 스스로 생각했는가?(정말 진지한 태도로)
나 : (첨엔 황당한 표정, 그러나 나 역시 정말 진지한 태도로 굳게) 정말 저 스스로 생각한 것인데요.....
교수1 : 수고했네. 나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