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등용제도의 핵심주제-身言書判을 재음미해보면서...+한책 하나구미운동 선포식!
* 이 글은 분기별로 발행하는 경구언덕 소식지에 실었던 내용으로 학생들과 학부형님들께 드린 글이었습니다.
‘11년 11월 11일 경구언덕 가을 오솔길에서...!
옛 조선시대는 물론이고 중국 당나라에서도 관리등용에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기준이 있었어요. 신은 용모, 언은 말, 서는 글씨와 글, 판은 판단력입니다.
여기서 제일 먼저 나오는 신(身)은 용모, 차림새, 복장 등을 말하는 것입니다. 간단히 생각하면 그것이 뭐 그리 중요한가? 란 질문을 던지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용모, 복장, 두발 등을 단정히 하는 것이 자기의 품격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형식은 실질을 담는 그릇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중학생의 중학생다운 가장 멋진 모습은 어떤 것인지 명약관화해 질 것입니다.
언(言)은 말씨로 고운, 바른, 예절바른, 아름다운, 격에 맞는 말을 사용할 줄 아는가? 라는 평가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말 한 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옛날 저잣거리(장터)에 푸줏간(고기판매점)을 낸 지석돌이란 주인이 있었던 바, 7순이 넘은 두 노인이 고기를 사러왔다. 환갑을 넘긴 지석돌 주인을 보고, 1번 노인이 “석돌아! 고기 한 근 다오!” 라고 하니 “예, 알겠습니다.”하고 고기를 대충 잘라주었다. 2번 노인은 환갑을 넘긴 지석돌이라 예를 갖추고 “지서방, 나도 고기 한 근만 주시게!” “아이구, 예, 조금만 기다리시죠.” 기분이 좋아진 석돌은 제일 좋은 부위의 고기를 뭉턱 잘라주었다. 1번 노인이 가만히 보아하니 자기 것보다 살도 좋고 양도 많은 것이 아닌가? 이에 화를 내며, “이 놈아! 한 자리에서 꼭 같이 한 근을 주문했는데 어째서 이렇게 다른가?” 이때 석돌주인의 대답 “손님 것은 석돌이 놈이 자른 것이고, 이 분 것은 지서방이 자른 탓입니다.” 중학생 여러분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함부로 내뱉은 말은 거둬들일 수가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말이 낼 수 있는 상처는 칼이 낸 상처보다 더 깊고 무서울 수도 있다는 것을 곰곰이 생각하여 주길 바랍니다.
서(書)는 글씨와 글쓰는 솜씨를 말합니다. 예쁜, 멋진 글씨도 좋고, 자기가 생각한 것을 글로 써내는 것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 또한 사람 됨됨이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세월과 환경이 변하였지만 글씨를 바르게 예쁘게 쓰고, 자기가 생각한 바를 글로 쓰는 것은 품격을 높이는 또 하나의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특히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중학교 때의 독서량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생각하는 힘도 창의력도 분명히 타고나는 것이 아니고 독서에 의해 길러지는 것입니다. 책은 보물창고입니다. 그 속으로 아무리 빠져 들어가도 나무람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들 중에 입학사정관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은 모두가 독서광이었다는 사실을 주목합시다. 여러분!
판(判)은 판단력인데, 이는 생각을 기본으로 하며, 선택과 연결되어 행동으로 옮기기 전 단계입니다. 어떻게 생각하고 선택, 판단, 행동하는가는 어떤 사람이 되느냐를 결정짓는 요소로 중요한 인격형성 덕목이고 평가요소입니다. 생각과 선택과 판단력이 뛰어나 항상 남보다 멋지고 좋은 행동을 습관적으로 실천할 경우에 우리는 지혜 있는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여 지식을 쌓고, 쌓은 지식에 기른 판단력을 합치면 바로 지혜로 변하고, 이것이 인격이라는 천에 체득되고 개성으로 체색되어 나타나곤 한다는 사실을 명심합시다.
끝으로 유태인 가운데 유독 노벨 수상자가 많은 이유 중 하나가 가정에서 시작하고 학교에서 길러진 생각하고 질문하는 습관이었다는 얘기가 있으니 한번 되새겨 봄 직 하지요. 가을이 짙어 겨울로 들어서려 합니다. 농부는 봄에 씨를 뿌려 열심히 가꾸고 가을에 풍성하게 거둬 겨울을 나고 다음 해를 준비하듯, 우리도 미래의 삶이라는 작품을 멋지게 만들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중학생이란 봄과 같은 시절에 알찬 계획을 세우고 땀 흘려 노력해보지 않겠어요. 너무나 잘하고 있어 더욱 사랑하는 경구중학생들에겐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주마가편(走馬加鞭)식 얘기라고 생각하니 경구언덕 오솔길이 더 넓어 보입니다. 안녕히...
2011년 11월 11일 경구중학교 교장 이구동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