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도를 맞는졸업생과 재학생들에게!
학창 시절에 주어진 시간은 누구에게나 꼭 같지만 활용하여 얻어내는 수확은 성실여하에 따라 천차만별하다. 성실의 나무에 피는 아름다운 꽃이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성실은 아름다운 노력에 의해 얻어지는 그 결과 즉 열매와 같습니다. 성실(誠實)이란 글자를 파자하면 말씀 언(言) 변에 이룰 성(成)과 열매 실(實)자로 합해져 있습니다. 이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말한 바를 이루어낸 결과 즉 열매란 뜻입니다. 과정에서 뜻한 바 말한 바 이루려고 한 바 등이 마지막 단계에서 마무리된 것입니다.
의미를 좀 더 깊이 고찰해보면 동양의 고전 논어에서 성(誠)을 참이라고 해석하고 진(眞)과 구별해 두었습니다. 앞의 성은 자연에 있는 본성, 도, 참된 것 그 자체라고 했고, 인간에게 적용할 때는 그 본성의 도를 닮고 실천하고 노력하는 의미를 덧붙여 해석해 놓았습니다. 하늘의 도를 참된 것 즉 성이라 하고 완전무결한 것이라 풀이하고 있고, 인간의 도는 참되려는 것 즉 참을 목표로 노력해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참되려고 노력하여(=성실) 목표에 도달하면 곧 진실(眞實)해 지고 성과 진이 일치가 되는 경지가 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誠者 天之道也, 誠之者 人之道也 論語 盡心三章 篇)
흔히 말하는 시작보다는 더 중요한 것이 마무리 일 것입니다. 하나의 매듭을 짓고 과정을 끝내는 시점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새 출발의 다짐은 인생에서 큰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우리가 졸업이라고 표현하는 말을 graudate 즉 시작하다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취적 기상이 더 강하다는 의미가 되지 않을 런지요? 한 번 되새겨 봄직한 단어입니다.
“옛날에 짚신 장수 아버지와 아들이 살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만든 짚신은 언제나 잘 팔렸고 아버지의 기술을 전수받고 만든 아들의 짚신은 잘 팔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평소에 아들이 아버지에게 자주 여쭤 봐도 아버지는 거기에 대한 답을 주지 않고는 “네 스스로 깨달아라.”란 말만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려고 할 때 아들은 다시 아버지에게 그 이유를 여쭤보았는데 아버지는 별다른 설명 없이 ‘털’ ‘털’이란 말만 하셨답니다.
그 후 아들은 아버지께서 만든 짚신과 자기가 만든 짚신을 비교하면서 ‘털’ ‘털’이란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고 합니다.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분석한 결과 두 짚신의 차이를 발견하게 되었던바 아버지가 만든 짚신은 잔털하나 하나까지 곱게 잘 마무리 되어 완벽할 정도였고 자신이 만든 짚신은 끝마무리가 잘 되어있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답니다.
한 가지 더 예를 들겠습니다. 옛날 솥 장수 부자가 있었습니다. 이는 실화입니다. 아버지 솥 장수는 30년 동안 하루같이 솥을 둘러메고 이 고을 저 고을을 다니면서 솥을 팔면서 돈을 엄청나게 벌었는데 이 솥 장수가 돌아다니는 고을은 1주일에 80리(약 32Km) 고을 5개가 되었다고 한다. 80리 거리는 하루에 걸어서 팔고 돌아올 수 있는 최대한의 거리랍니다. 5개 고을에 30년 동안 고을 사람들은 이 아버지 솥 장수가 오지 않으면 솥을 고치거나 새로 사거나 바꾸려는 생각을 절대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솥 장수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일본 최고 명문대인 동경 대학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아들에게 유언으로 솥 장수를 하도록 권하였다.
아들과 어머니는 처음엔 그 유언을 지키려 하지 않다가 세월이 좀 지나서 아들의 사업이 신통찮아서 솥 장수를 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했던 대로 솥을 짊어지고 이 고을 저 고을을 돌아다니면서 솥을 팔기로 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사흘을 돌아다녀도 한 개의 솥도 팔지 못하고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오곤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어머니 앞에서 투덜대기도 하고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 때마다 어머니는 아버지께서도 많은 고생과 노력을 했으니 참고 잘 해보라는 격려의 얘기만 들려주고 위로를 했다.
다시 솥을 짊어지고 고을을 나가서 솥을 팔기 시작했다. 이제는 사도록 권유하는 것보다 사람들을 만나서 왜 솥을 사지 않느냐고도 묻기도 하고 왜 솥을 고쳐드리려고 하는데도 고치지 않느냐고 진지하게 물어보았다. 아들은 사람들의 눈치와 태도에서 뭔가를 깨닫기 시작했다.
지친 아들이 어느 날 외딴 마을로 들어서니 한 노인이 다 깨진 솥을 냇가에서 씻으면서 손질하고 있었다. 그 노인에게 다가가서 “할아버지! 솥을 한 개 새로 사거나 고치면 안 됩니까?” 라고 여쭈었다. 그런데 그 노인 왈 “우리 고을에는 솥을 고치거나 또 새로 구입하는 데는 정해진 솥 장수가 있습니다.” 라고 했다. “요즘 통 나타나지 않아서 그를 몹시 기다리고 있고 또 걱정도 됩니다. 여러 고을에서 같은 상황일 것입니다. 곧 오겠지요.” 하고는 곧 올 듯한 마을 어귀 길을 두리번거리기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자초지종을 알아본 결과 그들이 모두 기다리고 있는 솥 장수는 바로 자기 아버지였다는 사실! 모든 고을 사람들이 자기 아버지를 ‘믿음’으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그날 아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고, 때론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도 더욱 살아나고 자부심도 느끼면서 등에 짊어진 새 솥의 무게를 느끼지도 못한 채 콧노래를 부르면서 집으로 헐레벌떡 달려와서 어머니 품에 안겨 오래 오래 아버지 얘기를 하면서 울었다는 일화입니다.
중언부언이 되겠지만 깨지면 고쳐주고, 고치다가 더 이상 고칠 수 없게 되었을 때 스스로 깨달아 새로 구입하도록 기다렸다는 것입니다. 이래서 평생 그들은 아버지 솥 장수에게서 믿음으로 솥을 구입하고 고쳤다는 것입니다.
이 분이 바로 일본에서 최고, 세계 굴지의 제철회사 사장이었다는 사실! 사장은 아들에게 경제학 박사과정에서 배운 이론과 실천 이상의 기업경영과 상품생산과 판매에 있어 기본은 고객에게 ‘믿음’ 즉 신뢰라는 것을 가르쳤던 것입니다. 기술을 개발하고 상품을 생산하는 것은 단 시간에 이뤄질 수 있으나 ‘믿음’이라는 것은 결코 단 시간에 만들거나 얻을 수 없다는 진리를 가르쳐 준 본보기입니다.
같은 재료와 기술을 기지고 만든 물건이라도 마무리의 정도 즉 질과 소비자가 생각하는 믿음의 정도에 따라 가치, 값, 구매의 차가 나타나는 것,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제대로 실천을 해야, 믿음을 줄 수 있어야, 성실하고 책임을 다 해야 알찬 인생의 결실 즉 행복이 주어지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것을 졸업하는 학생들과 재학생들께 욕심내어 들려주고 싶어 하고 기대하고 주문하는 것은 나 하나만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주기 바랍니다. 안녕히...
2010년 1월 11일
재학생과 졸업하는 날이 임박한 학생들을 향해 이구동 썼습니다.
* 읽어주시는 고마운 사람들께 2010호랑이 두 마리 사진으로 등재해 두었습니다. 아래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