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생각하며!

나는 부자임에 틀림없다!...090515 스승의 날에...

마징거제트 2009. 5. 25. 08:01

  역시 나는 부자다. 돈 부자는 결코 아니니 오해없길...

 

  언제부터인지는 잘 몰라도 내 핸폰과 수첩 그리고 뇌리의 한 모퉁이에 큰 글씨로 새겨진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제자들 목록이다. ㅎㅎㅎ! 핸드폰이 나오고 제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아마 참석한 몇몇 제자들의 이름을 핸폰에 등재하는 습관이 있기도 했다. 그리고는 거의 잊어버리고 지내는 일도 많다. 1년에 한번 사용된 번호일 수도, 전혀 사용한 적이 없는 번호도 있으니 말이다. 그냥 얹혀서 늘 잠자고 있는 번호들도 많이 있겠지!...

 

 지난 5월 15일날 재수 있는 날인지! 재수가 적은 날인지! 교직에 나오고 나서는 처음 경험하는 일(하필이면 스승의 날 야영 체험학습 실천)이라 무덤덤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1학년 학생들 약 400명의 대열에 섞여  속리산 문장대를 올랐다.

 

 '늘 산을 오를 때는 언제 다시 또 이 산을 오를 수 있을까? 를 한번씩 되뇌어 보곤 하는 버릇이 되어, 이날도 출발선상에서 이런 생각을 예외없이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 문장대를 학생들과 함께 오르는 경우가 올해로 연속 여섯번째이니 그래도 경륜은 쌓여가고 있는 터다. 땀을 훔치고 물을 마시고 내가 힘이 있는 한 건강이 허락되는 한 아이들께 약한 모습이나 후배 선생님들께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내 의지가 강하게 나를 지배하고 있구나 를 생각하고 행동하게 한다는 데 대해서 매우 기분이 좋았다.

 

 1054M의 고지! 문장대! 오를 때마다의 느낌은 늘 새로웠다. 연초록이 짙어져 표현을 무색케하는 숲의 터널길 약 80%. 그래서 이렇게 산오름은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80%의 능선을 오르다가 몇 몇 힘들어하는 학생들께 이렇게 화두를 던졌다. "이 사람아! 자네들이 여기서 말면... 평생 추억 속에 '고1학년 때 문장대에 오르다가 힘들어서 못올라가고 중도에서 포기했노라' 하는 추억을 만들 것이냐? 아니면 '좀 힘들어도 이기면서 오를것이냐!'는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하고 오르든지 안 오르든지 결정하기 바란다."

 

 "나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권하노라."는 속 의미를 던지고나서 나는 계속 앞을 보고 올라갔다. 그런데 한참 오르다 뒤를 돌아다 보니 조금전에 내가 하는 말을 들었던 학생들은 나에게 자극을 받았는지? 무척 힘들게 보이면서 묵묵히 산을 다시 오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이 학생들께 한 마디를 더 던지고 지나가야 되겠다 싶기도 하고  용기도 더 주고 싶은 마음에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 학생들이 내 곁에 다다를 쯤에 나는 다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자네들은 안 올 것 같더니 열심히 다시 오르고 있네그려? 한 학생 왈, "교감선생님! 아까 하신 말씀 때문에 큰 자극을 받기도 하고 일면 쑥스럽기도 해서 올라가자는 합의를 봤습니다. 그래서 더욱 용기를 내어 올라갑니다."하고는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환한 웃음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늘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정상을 꼭 정복하고야 말겠습니다." 하면서 싱글 벙글... 나도 황소웃음을 쓸쩍 던지고 제일 뒤에 가는 학생의 엉덩이를 툭 치면서 "인생이 이런거야 오르막도 내르막도 쉬운 길도 어려운 길도 있는 법일세...! "어서 빨리 나를 추월하게나."하고 나는 저만치 물러서서 걷기로하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긍정적인 말과 요긴한 칭찬과 격려는 고래만 춤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학교현장 혹은 사회 곳곳에서 만들고 활용할 수 있지않을까를 생각하게 해준다.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이구나 ㅎㅎㅎ!... 이러고서 정상에 다다랐다. 학생들에게 사진이라도 한장 촬영해주고자 사진기를 꺼내는 순간 핸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사진기를 오른쪽에 들고 왼쪽 손으로 핸폰을 여는 순간 마누라의 이름이 전화기에 뜨는 것이 아닌가! 핸폰을 열자 말자...

 

여보! 왜요? 하고 말하는 순간 ...!

 

 이상한 웃음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ㅎㅎㅎ!  선생님!  또!

 ㅎㅎㅎ! ... 침묵이 흘렀다.

선생님! 저에요. 옥태 옥태입니다. ㅎㅎㅎ!

 

실토합니다. 저마누라 이름과 꼭 같은 38년 전 영천 화북면 상송초등학교 6학년에서 가르친 제자이름이 아니겠습니까? 입력시켜둔 것이 이렇게 된 영문! 아마 배꼽이 낮자루만큼이나 빠졌을 겁니다. 사진을 촬영하려다 바꼽이 나왔으니 걸그치는 바람에 철책선 근처로 이동... 혼자서 저 비켜선 속리산 비로봉과 천황봉을 번갈아 훑어내려보면서 싫컷 웃었다. 영문 모르는 학생들은 연방 "한 장 찍어주세요!"를 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실성한 사람처럼 혼자 웃고있으니 말일세... 

 

 이렇게 나를 웃기고 놀라게 한 제자가 그 일이 있은 후 그 다음 주 월요일 18일날! "선생님에게 스승의 날 축하인사드릴려다 너무 놀라게 했으니 도저히 가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하면서 그날 그 멀리 영천꼴짜기에서 차를 직접 몰고 우리 선생님들 드릴려는 맛있는 음료수와 나를 준다고 선물꾸러미를 들고 학교에까지 찾아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또 일이 벌어졌습니다요. 내 은사님은 나를 붙잡고 일을 만들어 복잡하게 처리케 함으로써 제자가 찾아왔다는 말씀을 드릴 기회를 주시지 않기에 살짝 내방에 니 좀 기다려레이!" 하고는 아무 일 없었는 듯 복잡한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38년만에 찾아온 제자에게 1시간 이상동안 내방에 우두커니 앉혀두었으니!... 벌치고는 아주 큰 벌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저녁시간이 늦어졌지만 선생님을 흔쾌히 기다려주는 제자의 웃음띈 얼굴 모습. 그런데 이 제자는 어지러지고 흩어져있는 나의 방을 말끔히 청소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ㅎㅎㅎ! 그래서 38년전에 가르친 제자가 51세가 되어 나타났으니 그 동안에 얼마나 큰 재산으로 불어났었겠습니까? 저의 재산은 이렇게 많습니다. 고로 나는 부자입니다. 스승의 날 15몀으로 부터 전화축하를 받았으니 올해도 큰 부자임을 자랑삼으려 합니다.

 

정옥태 제자야! 그리고 모든 제자들아! 고맙다. 나는 너희들로 인해 큰 부자이노라...

 

* 아래 사진들은 문장대에서 동서남북으로 흘러내리는 속리산 자락 골곳을 촬영한 것들입니다. 즐감되소서...

 

 

 

 

 

 

 

 

 

 

 

 

 

 

 

      

조병렬 
한 편의 재미난 콩트를 읽었네. 글솜씨가 대단하이. 본격적으로 써 보시게나. 20편만 써 오면 등단의 길을 찾아주리다. 38년 전 영천 화북면 상송초등학교 6학년에서 가르친 제자가 옥태? 스승의 날에 꽃을 보내준 구미경찰서장이 경신의 내 제자인데, 마침 고향이 이 교감과 같은 영천일세. 기관장 회의 같은 것 더러 있지요? 좋은 일로 기회가 되면 내 이야기 하고 점심 대접 받으시게. 09.05.22 16:45

 

38년의 세월이 길듯 사연도 길었네. 좋은 인연은 꼭 이어지나 봄세. 부럽네 스승의 정도를 지켜온 자네 말일세. 스승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축하하하네. 09.05.23 07:27

 

수필가 조회장님! 부족한 글에 용기를 주셔서...고맙습니다. 송총무님! 반갑습니다. 이 사이버공간에서도 상호 주고받는 정감의 얘기들이 무척 돋보입니다요. 특히 수필가 조회장님 당신이 친구로 있기에 그냥 써보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많은 용기와 희망이 되기도 하는구먼! 송사마님의 인생역정과 봉사의 길에 비교하면 난 세월만 많이 흘러보낸 듯한 역정이 아니겠나? 자네의 생활이야말로 한권의 소설로 유부족이 아니던가!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 않는가? 그 재산에 버금가는 일이 나는 없도다. 감사! 감사! 우리들의 생활이 건강을 바탕으로 날로 달로 더욱 새로움을 더해가길 늘 기원하노라...안녕히 new 07:54